“그러게 있을 때 잘하지”… 브렉시트 5년 후, 영국이 다시 EU를 찾는 이유
브렉시트 5년 후, 영국 경제는 왜 흔들리고 있을까요? EU 탈퇴의 배경과 결과, 그리고 다시 가까워지려는 영국의 전략까지, 브렉시트의 전말을 총정리합니다.
1. 영국과 EU, 이별의 역사적 배경
영국의 브렉시트(Brexit)는 단순한 경제적 선택이 아닌 오랜 민족적·정치적 정체성의 문제였습니다. 영국은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과 함께, 유럽 대륙과는 심리적 거리감을 오래도록 유지해 왔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유럽 대륙의 전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자국 중심의 고립주의(Continental Isolationism)를 택했던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히 경제적 약세를 보이기 시작하며, 1973년 경제공동체(EEC, 현 EU의 전신)에 가입합니다. 하지만 “자존심을 굽히고 한 결혼”이었던 만큼, EU 가입 이후에도 영국 내에서는 지속적으로 불만이 제기됐습니다. EU의 규제를 따라야 하고, 자체 무역 협정 체결이 어려우며, 연간 100억 파운드 이상 분담금을 내야 하는 현실이 브렉시트를 향한 여론의 불씨가 되었죠. 결국 2016년 국민투표에서 51.9%가 탈퇴에 찬성하며, 2020년 1월부터 영국은 공식적으로 EU를 떠나게 됩니다.
2. 현실은 냉정했다: 무역과 투자 위축
브렉시트를 찬성한 이들은 “EU 밖에서 더 자유롭게 무역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영국의 무역 성적은 초라한 수준입니다. 2023년까지 EU 국가들의 무역은 약 30% 이상 증가했지만, 영국은 고작 10% 내외 증가에 그쳤습니다.
EU와의 무역에서 세관 신고, 원산지 증명, 인증 비용 등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면서 거래 비용이 상승했고, 이로 인해 유럽 시장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졌죠. 투자 측면에서도 타격이 컸습니다. 한때 유럽 금융 중심지였던 런던은 점차 매력을 잃었고, 수천 개의 기업이 자산을 유럽 본토로 이전했습니다. 이로 인한 영국 금융 시장 이탈 자산 규모는 무려 1조 파운드로 추정되며, 현재 유럽 증권 거래의 중심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동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이러한 무역·투자 부진으로 인해 영국은 G7 국가 중 유일하게 코로나 이전 수준의 경제 회복을 이루지 못한 국가로 남아 있으며, 브렉시트가 없었더라면 현재보다 GDP가 5% 이상 높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3. 영국 경제의 후폭풍, 정치로 번지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의 침체는 곧 국민 여론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2024년 기준, 영국인 10명 중 6명은 “브렉시트는 실패였다”고 응답했고, 절반 이상은 EU 재가입을 지지하는 분위기입니다. 완전한 재가입은 정치적·법적 장벽이 높지만, 경제·안보 분야에서 EU와 다시 손을 잡으려는 움직임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실제로 2024년 5월 영국은 EU와의 안보·무역·출입국 협력 강화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으며, 영국 정부는 “EU 기준을 따르겠다”는 태도까지 보였습니다. 이는 사실상 탈퇴 전보다도 더 낮은 자세로 해석되며, EU 내부는 물론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도 “그러게 있을 때 잘하지”라는 냉소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4. 브렉시트가 남긴 교훈: 이별은 쉽고 후회는 길다
브렉시트는 단순한 무역협정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영국 국민이 자국의 정체성과 주권, 경제적 미래를 두고 내린 거대한 선택이었고, 지금은 그 선택이 가져온 결과를 현실 속에서 감당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과거의 EU 규제가 불편했던 건 사실이지만, 공동체의 힘과 결속의 경제적 이익이 얼마나 컸는지를 영국은 뒤늦게 체감하고 있는 셈입니다. 정치적 독립성과 실질적인 경제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잃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브렉시트는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향후 영국이 EU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재설정할지, 그리고 다른 유럽 국가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글로벌 정치·경제 질서 변화의 한 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