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기에 뛰어든 삼성전자, 유럽 공조 기업 인수로 노리는 큰 그림”
삼성전자가 2조 4000억 원에 유럽 최대 공조기업 플랙트를 인수한 이유는? AI 시대에 필수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분석합니다.
1. 삼성전자가 인수한 ‘플랙트’는 어떤 회사인가?
2024년 5월, 삼성전자가 유럽 최대의 공조기기 기업인 독일 플랙트(FläktGroup)를 약 2조 4000억 원(15억 유로)에 인수한다는 발표는 산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반도체, 스마트폰, TV 등 첨단 기술 중심의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공조기기’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이처럼 큰 금액의 M&A를 단행한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플랙트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회사로, 냉난방, 환기, 습도 조절 등 중앙집중식 HVAC(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 시스템에서 강점을 가진 기업입니다. 특히 병원, 박물관, 공항, 그리고 핵심 시설인 데이터센터 등에 고성능 공조 솔루션을 제공하며 유럽 공조 시장 점유율 12.2%로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인수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단순한 가전제품 판매를 넘어, AI 인프라의 필수 구성요소인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적인 행보인 것이죠.
업체명 점유율 (%)
업체명 | 점유율(%) |
플랙트 (삼성전자) | 12.2 |
스웨곤 | 7.0 |
캐리어 | 6.8 |
트레인 | 6.5 |
시스템에어 | 6.1 |
2. 왜 공조기기인가? AI 시대의 열(熱)을 잡아라
AI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데이터센터의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폭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생성형 AI, 자율주행, 클라우드 기술이 확산되면서, 이들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GPU 서버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열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 데이터센터의 내부 온도는 냉각장치 없이는 80도 이상까지 치솟기도 하며, 이는 서버의 수명 단축은 물론 운영 효율성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이러한 이유로 고성능 열관리 시스템, 즉 공조기술은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기존에도 소형 공간을 위한 에어컨 중심의 ‘개별 공조’ 제품군은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번 플랙트 인수를 통해 대형 시설 중심의 ‘중앙집중식 공조 시스템’ 시장까지 진입하게 된 것입니다. 이 시장은 단순 B2C 제품이 아닌, B2B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분류되며, 2024년 기준 610억 달러 → 2030년 990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입니다.
3. 글로벌 AI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대규모 베팅
공조기기 시장은 전통적인 기술 산업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AI 인프라 산업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갖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냉각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며, 존슨콘트롤즈, 슈나이더일렉트릭, 버티브 등과 같은 미국, 유럽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었습니다. 특히 LG전자는 삼성보다 한발 앞서 AI용 냉난방 공조 시스템을 개발하고, 적극적인 시장 확대 전략을 추진 중이었습니다. 삼성전자로서는 이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단순 기술 개발이 아닌 시장 점유율과 고객 기반을 확보한 유럽 1위 기업 인수라는 방식으로 강력한 한 방을 던진 것입니다. 플랙트는 이미 병원, 공항, 데이터센터 등 민감하고 까다로운 현장에 납품 실적이 있고, 매출 1조원 이상, 전 세계 65개국에서 사업을 운영 중이라는 점도 삼성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포인트였습니다.
4. 삼성의 미래 전략은 어디로 향하나?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반도체와 스마트폰에 집중해왔지만, 최근 몇 년간 AI, 로봇, 의료기기,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M&A와 기술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플랙트 인수는 삼성전자의 AI 인프라 구축 전략의 연장선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단순 저장 공간이 아닌,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디지털 두뇌입니다. 그리고 이 디지털 두뇌를 안정적으로 가동시키기 위한 ‘물리적 조건’이 바로 고도화된 공조기술이죠. 삼성은 이 핵심 인프라를 확보함으로써 단순 IT 기업을 넘어 미래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삼성은 이번 인수를 통해 유럽 거점을 확보했고, 기존 미국 내 파트너십(레녹스와의 합작)에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만의 공조 기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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