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석유 가격 하락이 부른 위기: 비전2030과 한국 기업 영향 분석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가격 하락으로 비전2030 프로젝트 축소 위기를 맞았습니다.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미래 전망을 심층 분석합니다.

석유 가격 하락이 만든 사우디의 고민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기름값이 떨어질 때입니다. 하지만 세계 석유 생산 2위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다릅니다.최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약 63달러로, 2023년 9월의 90달러와 비교하면 30% 넘게 하락했습니다.
석유 수입국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수출국인 사우디에겐 치명적입니다.국가 재정의 70%를 석유에 의존하는 사우디는 수입 급감으로 인한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사우디가 추진 중인 ‘비전2030’ 프로젝트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석유 의존 경제를 벗어나 다양한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이 대규모 국가 전환 프로젝트는,석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일 때 예산을 기준으로 설계된 계획이기 때문입니다.지금처럼 국제 유가가 60달러 수준에 머무르면, 프로젝트 진행이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전2030과 네옴시티, 현실의 벽에 부딪히다

사막 위에 지어진 미래도시 네옴시티 '더라인'.  /사진=네옴 공식 홈페이지

사우디의 실질적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6년 ‘비전2030’을 선포했습니다.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석유 수출에 의존하지 않고, 관광, 첨단 기술, 투자 유치를 통해 선진국형 경제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었죠. 그 대표 프로젝트가 바로 ‘네옴시티’입니다.
170km에 달하는 유리 외벽 도시 ‘더 라인’, 해상 산업단지 ‘옥사곤’, 고지대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 상상을 초월하는 미래도시 건설 계획이 세워졌습니다. 사우디는 네옴시티 외에도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2034년 월드컵 개최 등 대형 국제 행사 유치에 성공하며
2030년을 향해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석유 가격 하락으로 예산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더 라인’의 길이를 170km에서 2.4km로 대폭 축소하는 등의 조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총 1500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던 네옴시티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에도 미치는 영향, 기회와 위험 공존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2030에는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더 라인’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으며, 네이버는 중동 총괄법인 ‘네이버 아라비아’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출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도 사우디에 연간 5만 대 규모의 생산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사우디 측이 공사 속도를 늦춰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해외 건설 수주 중 60%가 중동 지역에 몰려 있는 만큼, 사우디 경제 상황이 한국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사우디가 여전히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습니다. 사우디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 가격 경쟁력, 신뢰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한류 열풍 덕분에 문화적 친숙함도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유가 하락 장기화, 사우디의 미래는?

이미지출처 : Pixabay

앞으로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고 있고, 미국은 셰일오일 개발로 석유 생산량을 늘리며 시장 공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OPEC 국가들이 과거처럼 유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도 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남아 있습니다. 경제 체질을 전환하고자 하는 의지는 여전히 강력하며, 2030년까지 계획된 대규모 프로젝트는 중단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위험 요인을 신중히 관리하면서도, 사우디의 경제 전환 과정에서 다양한 기회를 발굴해야 할 것입니다. 비전2030이 완성되는 그날, 사막 한가운데에서 태극기가 자랑스럽게 휘날릴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