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HOT 이슈

“세계의 다양한 투표제도, 호주·프랑스에서 배우는 선거 문화”

bad. frog 2025. 5. 7. 13:52

호주의 선호투표제, 프랑스의 결선투표제 등 세계 각국의 선거 제도를 소개합니다. 한국과 다른 독특한 투표 문화를 흥미롭게 알아보세요.

“세계의 다양한 투표제도, 호주·프랑스에서 배우는 선거 문화”
이미지출처 : Pixabay

1. 의무투표제와 순위 투표? 호주의 독특한 방식

호주는 세계적으로 드물게 의무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국민 누구나 투표에 참여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불참할 경우 벌금이 부과되죠. 이러한 제도 덕분에 투표율은 90% 이상을 유지합니다. 여기에 '선호투표제(Preferential Voting)'가 더해지면 복잡함은 배가됩니다. 유권자는 후보자 전원에게 선호 순위를 매겨야 하고, 1등부터 마지막까지 숫자를 적는 방식입니다. 표를 개수할 때는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꼴등 탈락-표 이양’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 제도는 사표를 줄이고 당선자의 대표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무효표 증가와 '당나귀 투표(Donkey Vote)'라는 부작용도 낳습니다.

2. ‘당나귀 투표’와 호주식 유쾌한 선거 문화

의무투표제가 도입된 후 생긴 특이한 현상 중 하나가 바로 ‘당나귀 투표’입니다. 벌금을 피하려고 억지로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이, 후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순서대로 숫자를 적거나 무성의하게 표를 행사하는 것을 뜻합니다. 호주 정부는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후보자의 이름 배열 순서를 무작위로 바꾸는 방식을 도입했고, 선거 교육에도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매 선거마다 5% 이상 무효표가 발생하며, 이는 한국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민주주의의 불완전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3. 프랑스의 ‘결선투표제’, 머리와 가슴의 선거

프랑스는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제(runoff voting)'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의 후보만을 놓고 2차 투표를 합니다. 이 방식은 ‘1차는 감성, 2차는 이성’이라는 말로 표현될 정도로, 유권자들의 선택이 단계적으로 변화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대선에서 1차 24% 득표로 1위를 기록한 뒤, 결선에서 65% 이상을 득표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사례가 있습니다. 유권자들이 결선에서는 극단을 피하고 보다 온건한 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4. 사표를 줄이려는 노력과 그 한계

선호투표제와 결선투표제는 모두 사표를 줄이고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방식입니다. 단순다수제는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만 당선되는 반면, 이 두 제도는 보다 많은 유권자의 뜻을 반영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합니다. 선호투표제는 개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하며, 결선투표제는 비용이 2배로 들고 유권자의 피로도도 증가합니다. 게다가 당나귀 투표나 항의 투표 등,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행동도 발생할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은 자신들의 정치·사회적 환경에 맞는 제도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이런 비교를 통해 한국의 선거 제도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