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면서 전 세계 원전 정책이 바뀌고 있습니다. 원전 르네상스의 배경과 한국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분석합니다.
1. 녹색 에너지로 돌아온 원자력, 무슨 일이?
‘녹색 에너지’ 하면 흔히 떠오르는 건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이른바 재생에너지입니다. 그런데 세계 환경 규제의 중심인 유럽연합(EU)이 2022년부터 원자력 발전을 ‘녹색 에너지’로 분류하면서 전 세계적인 에너지 판도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EU의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는 친환경 투자를 위한 기준이 되는 분류 체계로, 여기에 포함되어야 녹색 금융 지원이나 정책적 우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은 탄소 배출은 적지만 방사능 폐기물 문제가 있었고, 천연가스도 온실가스를 일부 배출하기 때문에 논란이 많았지만, 결국 현실적인 이유로 ‘과도기적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되게 된 겁니다. 이런 결정은 단순한 레이블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 정책, 투자, 산업에 실질적 영향을 주는 대전환의 시작이었습니다.
2. 왜 갑자기 원자력이 필요해졌을까?
가장 큰 원인은 ‘에너지 안보’였습니다. 2021~2022년, 유럽은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었습니다. 풍력 발전은 기후 이상으로 생산량이 줄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전력 수급 불균형과 가격 폭등이 일어났습니다. 이때 EU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녹색 에너지’로 인정한 것이죠. 다시 말해, 장기적인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상적인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에너지도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유럽 전역에서 ‘탈원전’을 포기하거나 완화하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이탈리아는 30년 만에 원자력 기술을 재도입했고, 벨기에는 탈원전을 폐기했습니다. 프랑스는 원자력 확대를 추진 중이며, 독일마저 “프랑스 정책에 반대하지 않겠다”며 기존 입장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3. AI도 원전을 부른다? 데이터센터와 전력 소비
이제는 인공지능(AI) 산업이 원자력의 부활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챗GPT와 같은 AI 모델을 개발·운영하는 데 필요한 대형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합니다. AI는 우리의 일상에 편의를 주는 동시에, 그만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 산업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AI 산업의 전력 수요는 향후 수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흐름은 원자력 발전이 갖는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 생산’이라는 특성을 재조명하게 만들었죠.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4배로 늘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프랑스, 스웨덴, 체코, 폴란드 등도 원전 신설을 공식화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원전 르네상스’의 시대입니다.
연도 | 전력 소비량(TWh) |
2015년 | 200 |
2022년 | 460 |
2026년 (추정) | 1000 |
<데이터 센터 전력 소비량>
4. 한국은 어디로 갈까? 에너지믹스의 선택지
한국도 탈원전에서 방향을 전환한 나라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탈원전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에너지 다변화 기조로 바뀐 상태입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은 체코에 25조 원 규모의 원전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16년 만에 유럽 원전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원자력 기술을 보유한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다시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믹스’ 정책을 강조해왔습니다. 원전을 무작정 확대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구조로 서서히 옮겨가겠다는 입장입니다. 현재의 선택은 분명 쉽지 않습니다. 원전은 경제성과 공급 안정성을 제공하지만, 폐기물과 사고 위험이라는 그림자가 존재합니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궁극적 대안이지만, 기술적·경제적 제약이 아직 존재합니다. 한국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조화롭게 사용하는 ‘현실적 탄소중립 전략’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원자력은 이제 다시 ‘녹색’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세계가 기후위기, 에너지안보, 기술의 급성장을 동시에 겪는 이 시점에서, 에너지에 대한 선택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과연 대한민국은 이 변화 속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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