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 부활은 가능할까? 트럼프의 리쇼어링 공약과 그에 대한 비판, 자동화 시대의 현실, 제조업의 전략적 가치까지 다각도로 분석해 봅니다.
1. 트럼프의 리쇼어링 공약, 왜 제조업인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가 내세운 핵심 공약 중 하나는 ‘제조업 부활’이었습니다. "미국산은 미국에서 만들자"는 메시지는 특히 러스트벨트(Rust Belt) 지역 유권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했죠. 이 지역은 과거 ‘팩토리벨트’로 불릴 만큼 공장이 밀집했던 곳이었지만, 높은 인건비와 규제로 인해 제조기업들이 해외로 떠나면서 쇠퇴하게 됐습니다. 트럼프는 바로 이 ‘녹슨 도시들’의 정서적 허기를 파고든 겁니다. 하지만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트럼프식 리쇼어링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단순히 공장을 미국으로 다시 들여온다고 해서, 과거의 번영이 다시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2. 리쇼어링, 과연 효과 있을까?
이코노미스트가 리쇼어링에 비판적인 이유는 공장의 자동화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수백 명의 노동자가 필요했지만, 오늘날 제조업은 로봇과 AI 중심의 스마트 공장으로 변화했습니다. 실제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조차도 지난 10년간 제조업 일자리 2,000만 개가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만큼 제조업 일자리는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뜻이죠. 미국 내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조업 일자리는 줄었지만, 생산량은 오히려 1980년대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는 '일자리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의 대표 사례로 자주 인용됩니다. 하버드대 로버트 로렌스 교수는 “리쇼어링에 6000억 달러를 들여도 생기는 일자리는 300만 개에 불과할 것”이라며, ‘비용 대비 고용효과’가 매우 낮다고 지적합니다.
3. 제조업, 신의 직장은 이제 옛말?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제조업 일자리는 고졸 노동자들에게 ‘신의 직장’으로 불렸습니다. 평균 이상의 임금과 안정성이 보장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임금 차이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뒤처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날 미국 내에서 오히려 주목받는 직종은 기능직(skilled trades)입니다. 전기공, 용접공, 설비 수리공, 배관공 같은 기술직은 대학 학위 없이도 종사할 수 있으며, 제조업보다 임금이 높게 책정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리쇼어링으로 돌아오는 공장조차도 대부분 자동화 설비 중심이라, 새로운 고용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큽니다. 결국 "제조업 일자리는 고용의 해법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여전히 제조업의 경제·전략적 가치를 옹호하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4. 제조업은 여전히 전략적 가치가 있다
제조업에 회의적인 시선이 있는 한편, 이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핵심 광물, 의료 장비처럼 국가 안보와 직접 연관된 제품은 반드시 자국 생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외교적 리스크나 전쟁, 공급망 위기 등 외부 변수로 수입이 중단될 경우, 제조업 기반이 없는 국가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의료 물자 부족으로 세계가 겪었던 위기와도 맞물리는 지점입니다. 또한 제조업은 단순 일자리를 넘어서 연구개발(R&D)과 고부가가치 산업의 ‘허브’ 역할을 한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산업 클러스터 효과는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며, 공장 한 곳이 주변 소상공인, 서비스업, 협력업체까지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부르킹스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첨단 제조업 공급망이 지역에 유치되면 부가가치 높은 일자리와 혁신이 동반된다”고 강조합니다. 단순 고용 숫자만이 아니라, 질적 성장과 전략적 중요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제조업은 끝났다는 말도, 전부는 아닙니다. 자동화 시대에도 생산의 전략성과 혁신 중심 산업의 출발점으로서 제조업의 가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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