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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GS의 반전 드라마: 유럽 경제의 조용한 주역들

bad. frog 2025. 4. 12. 23:39

2008년 경제 위기의 상징이었던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이 2024년 유럽 경제 성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부활했는지, 지금 왜 주목받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PIGS의 반전 드라마: 유럽 경제의 조용한 주역들

'PIGS'라는 별명, 그 시작은 어디였을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으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포르투갈(Portugal), 이탈리아(Italy), 그리스(Greece), 스페인(Spain)은 국가 부채가 지나치게 많고, 경제 구조도 탄탄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죠. 이들 네 나라의 이름 앞글자를 따서 만든 'PIGS'라는 별명은, 당시에는 다소 조롱 섞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전 세계 자본은 안전한 국가로 옮겨가려 했고, 그 과정에서 부채 부담이 컸던 이들 국가는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특히 그리스는 재정 상태를 숨기기 위해 수치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뢰를 완전히 잃고 말았죠. 결국 이들은 유럽연합과 IMF에 손을 벌리며, 국가 부도를 피하기 위해 고강도 긴축 정책을 시행해야 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경제 성장

2024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들 국가의 경제 상황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스페인은 2023년에 3.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유럽 국가 중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고, 그리스(2.2%), 포르투갈(1.9%) 역시 유럽연합 평균을 크게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탈리아도 0.7%의 성장률로 평균 수준을 유지했죠.

이러한 변화는 주식시장에도 반영되어, 각국의 대표 주가지수는 최소 10%에서 최대 20%까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Make Europe Great Again)”를 뜻하는 MEGA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이들 국가의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국가성장률 (%)비고
스페인 3.2% OECD 1위 성장률, 디지털 산업 육성 주목
그리스 2.2% 구조조정 이후 회복세 지속
포르투갈 1.9% 재정 안정화, 관광 회복 영향
이탈리아 0.7% EU 평균 수준, 완만한 회복세
 EU 평균 0.7% 기준선 비교용

고통을 감내한 구조조정과 디지털 혁신

PIGS 국가들이 다시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꾸준한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이 있었습니다. 과거처럼 무작정 부채를 늘리는 대신,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재정을 효율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졌죠. 예를 들어 그리스는 공무원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결단을 내렸고, 복지 혜택을 일부 조정하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스페인은 관광 산업에 의존했던 경제 구조를 탈피하고, 디지털 산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5G 통신망 보급률이 90%에 이를 정도로 인프라를 확장했으며, IT·인터넷 산업의 향후 5년 성장률이 연평균 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문가들은 스페인의 이러한 디지털 전환이 지난 10년간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평가합니다.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위기 피해간 PIGS

에너지 측면에서도 이들 국가는 유럽 내 다른 국가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독일, 프랑스 같은 국가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상황이 달랐습니다. 풍부한 일조량과 자연환경 덕분에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의 경우, 전체 전력 중 약 40%를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그리스와 포르투갈도 친환경 에너지 사용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에너지 자립도가 높다는 것은 곧 경제 안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완전한 회복일까, 일시적인 반등일까?

물론 모든 지표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아직까지 이들 국가의 경제 구조는 관광업에 다소 의존적인 측면이 있고, 제조업이나 금융업처럼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산업 기반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한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그리스 158%, 이탈리아 135%, 스페인 108%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재정적인 취약성도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과거 위기를 극복하며 체질 개선을 이뤄낸 경험이 있는 만큼, 앞으로의 방향성과 정책에 따라 이들의 경제 성장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중요한 건 단기 반등이 아닌, 지속 가능한 구조를 어떻게 마련하느냐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