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어떻게 중국에 깊이 의존하게 되었을까? 폭스콘부터 화웨이의 부상, 트럼프 관세 전쟁까지. 애플과 중국의 밀착 관계를 정리해보았습니다.
1. 테크기업의 위기, AI보다 뜨거운 ‘관세전쟁’
최근 글로벌 테크업계의 가장 민감한 이슈는 의외로 ‘AI’가 아닌 ‘트럼프 관세’입니다. 미국 전자제품과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특히 애플 같은 글로벌 제조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아이폰의 7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애플에게 관세는 존재 자체를 흔드는 리스크입니다. 이미 애플은 인도로 일부 생산을 옮기고 있지만, 트럼프는 그것도 불만입니다. 그는 “미국 내에서 생산하라”며 공개적으로 애플을 압박하고 있죠.
이런 와중에 전 파이낸셜타임스 기자가 출간한 책 『Apple In China』가 주목을 받습니다. 이 책은 애플이 어떻게 중국에 제조 기반을 구축하게 되었는지, 그것이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면밀히 파헤치고 있습니다.
2. 애플, 늦깎이 아웃소싱과 LG전자의 기회
아이러니하게도 애플은 초기에는 직접 제조를 고수했던 회사였습니다. 애플 II 시절부터 자체 생산에 집착하던 스티브 잡스는 1997년 복귀 후에도 그 철학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자금난과 생산 효율 문제로 결국 위탁 생산을 받아들였죠. 잡스의 복귀작인 iMac은 CRT 모니터 일체형 제품이었고, CRT 기술에서 강점을 가진 LG전자가 위탁 생산을 맡았습니다. LG전자는 아일랜드와 멕시코에 공장을 세워 iMac을 생산하며 큰 이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두 회사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LG전자의 기술 유출 시도, 협업 태도 문제 등이 불거지며 애플은 대만의 혼하이정밀(폭스콘)으로 파트너를 교체했습니다. 이 결정이야말로, 애플이 본격적으로 중국에 깊숙이 발을 들이게 된 계기였죠.
3. 애플과 중국, 성장의 공생이 만든 부메랑
폭스콘과 손잡은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성장합니다. 폭스콘은 저임금과 빠른 납기, 중국 정부의 지원 덕분에 애플의 수요를 빠르게 감당해냈습니다. 하지만 이 공생 구조는 중국 기업들에게도 ‘노하우’를 전파했습니다. 애플은 공장 생산 전반에 개입하며, 제조 설비와 공정 기술까지 직접 세팅했습니다. 이 노하우가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으로 흘러 들어간 셈이죠. 또한, 전 세계에서 부품을 수입하던 초기 공급망은 점차 중국 내에서 완결되며 자립화됩니다. 초기엔 해외기업 공장이 주였지만, 최근에는 ‘럭스쉐어’처럼 본토 중국 기업이 애플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렇게 애플이 만든 생태계가 중국에 자산처럼 남은 것이죠.
4. 위기와 해법: 리쇼어링이 아닌 프렌드쇼어링
코로나19 시기, 중국 공장이 마비되며 애플의 생산도 올스톱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단일 국가 의존의 리스크가 그대로 노출된 사례였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미·중 갈등입니다. 미국은 애플에 ‘중국 탈출’을 압박하고 있고, 중국은 반미 감정으로 아이폰 불매 움직임을 보이고 있죠. 하지만 애플은 중국 외에서 동일한 생산 효율을 얻기 어렵습니다. 저임금, 고숙련 인력을 법적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은 중국 특유의 정치 시스템에서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리쇼어링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합니다. 대신 인도, 베트남, 멕시코처럼 미국과 우호적인 국가로 공급망을 분산시키는 ‘프렌드쇼어링’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애플은 인도에 아이폰 조립 공장을 세우며 생산을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이제 단순한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기술, 경제, 외교가 모두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 속에서 애플이 어떤 길을 선택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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