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게임으로 진화한다: 제미나이·시세로에서 시작된 인공지능의 미래

제미나이 2.5가 ‘포켓몬스터’를 클리어했습니다.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AI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통해 진화하는 AI의 흐름을 따라가봅니다.

1. 게임은 AI에게 완벽한 훈련장이다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인공지능(AI)이 가장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학습 환경입니다. 그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규칙이 명확합니다. 둘째, 보상과 실패의 기준이 명확하며, 셋째, 반복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앨런 튜링이 체스를 통해 AI 알고리즘을 실험한 것처럼, 초기 AI는 ‘조건반사’에 가까운 게임 규칙 내에서 반응하는 수준이었습니다. 1980년대 ‘팩맨’의 유령, ‘디아블로2’의 적들은 스크립트에 따라 작동했고, 패턴을 알면 공략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AI는 더 이상 단순한 알고리즘이 아닙니다. 스스로 규칙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지능’을 갖춘 존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2. 알파고, 제미나이: AI가 '사고'하기 시작했다

AI가 본격적으로 인간을 능가하는 계기는 알파고의 등장입니다. 2016년, 바둑 기사 이세돌을 꺾은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수천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 전략을 학습했습니다. 이는 ‘딥러닝’과 ‘강화학습’의 결합으로 가능했습니다. 이후 구글은 이를 바탕으로 RTS 게임 ‘스타크래프트2’에 도전했고, 메타는 협상 보드게임 ‘디플로머시’에서 인간처럼 협상하고 거짓말까지 하는 ‘시세로’를 개발했습니다. 최근 공개된 구글 ‘제미나이 2.5’는 고전 게임 ‘포켓몬스터 블루’를 클리어했습니다. 단순히 명령어를 이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화면을 보고, 체력 상태를 판단하고, 기술을 선택해 전투를 수행하는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3. 게임을 통해 배운다: AI의 눈과 귀가 열린다

지금까지의 AI는 숫자, 조건문, 스크립트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시각과 청각을 포함한 멀티모달 AI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딥마인드는 이러한 구조를 ‘시마(SIMA)’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확장하고 있습니다. 시마는 API에 접근하지 않고, 사람처럼 화면을 보고 학습합니다. 이는 인간의 학습 방식과 유사한 형태로, AI가 진정한 범용 지능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입니다. AI는 이제 게임 속에서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중간 실패를 극복하며 비선형 경로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까지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은 이 모든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이상적인 실험장이 된 셈입니다.

4. AI는 인간처럼 ‘놀며’ 학습한다

게임은 ‘잘 놀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잘 배우기’ 위한 실험실입니다. 구글, 메타, 오픈AI 등 빅테크는 고전게임, 전략게임,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AI의 추론, 협상, 판단 능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게임을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시간을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여길 때, AI는 게임을 통해 현실을 이해하고, 인간처럼 행동하는 능력을 쌓아갑니다. 게임은 AI의 ‘인류 적응 훈련소’인 셈입니다. 제미나이가 포켓몬을 클리어한 지금, 다음은 무엇일까요? 인간보다 더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더 윤리적으로 판단하는 AI가 게임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현실의 파트너가 되어가는 날이 머지않았습니다.